14일 대구를 찾은 손 대표는 기자들에게 "나흘 후인 18일이 대구 지하철 참사 5주기다. 당시 경기도지사였지만 제일 먼저 현장을 둘러봤다. 울부짖던 유족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아직도 고통받는 유족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손 대표는 아마도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을 또 찾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런 손 대표를 떠올리는 것은 다름 아니다. 민심에 다가가려는 '정치인의 자세'가 남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맡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인기가 바닥이다. 지지도는 10%에 겨우 턱걸이하는 상황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과연 총선 공천 신청자가 나올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대선에서 진 빚만도 적지 않게 쌓인 실정이라고 한다. 그가 대표가 된 것도 531만 표차로 정권을 빼앗긴 뒤,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구원투수로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모이면 일주일 후 이 나라 17대 대통령에 취임할
이명박 당선자와 그 진영,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해 말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숭례문 화재와 국민 성금 모금을 통한 복구 발언 때문일 수도 있고, 영어 몰입교육 때문일 수도 있고, 왠지 미덥지 않은 구석이 엿보이는 청와대 비서실·내각 인사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대선 공신(功臣)들이 서로 깃발을 꽂고, 땅따먹기를 하거나 박근혜 진영과의 총선 공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어른거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25일 취임식을 끝내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초발심(初發心)의 자세로 바닥민심을 다시 한번 헤아려봤으면 한다. 이 당선자를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그건 너무 자명하고 분명하다. '경제 좀 살려주세요' '청년백수 좀 없게 해주세요' '밝게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설계해주세요'….
잠시라도 이걸 잊는 순간, 민심은 금세 변하고 사나워진다.
